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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화와 의미.

juna 2010. 5. 11. 21:12

유사성의 측면과 관련하여 저의 주된 문제는, 음악의 악보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, 신화를 하나의 연속적인 시퀀스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.

소설이나 신문 기사를 읽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줄 한 줄씩 읽으려고 한다면, 우리는 신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. 신화는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해야만 합니다. 신화의 근본적인 의미는 사건의 연속적인 순서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. 오히려 일단의 사건들의 총체적인 묶음으로써 의미가 전달된다고 얘기할 수 있을 듯싶군요.

따라서 우리는 신화를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읽을 때처럼 읽어야 합니다.

하나의 오선에서 다음 오선으로 죽 이어서 악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, 전체 장을 파악하고 그 장의 첫머리에 있는 최초의 오선에 씌어진 것은 그 아래에 있는 둘째 줄, 셋째 줄 등의 오선에 씌어진 것의 일부이자 한 묶음이라고 여길 때라야만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합니다. 즉,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으로도 읽어야 합니다. 각각의 장이 하나의 전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.

신화를 오선에 오선이 꼬리를 물고 그려진 오케스트라의 악보처럼 다룰 때라야만 비로소 신화를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할 수 있으며 신화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.

- 레비 스트로스, <신화와 의미> p. 92~93, 이끌리오


레비 스트로스의 풍부한 통찰이 돋보이는, 얇지만 두꺼운 책.

구조주의의 사고를 관통하기 위해서 책의 서문에 "저는 한 번도 제 개인의 정체성을 깨달았던 적이 없습니다... 우리들 각자는 사건이 일어나는 일종의 교차로입니다. 이 교차로는 순전히 수동적이죠. 선택은 없습니다. 그것은 다만 기회의 문제일 뿐입니다." 고 한 레비 스트로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다.

역시 구조주의의 정수라고 하면 사회학보다는 인류학이나 언어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. 거칠게 말해 그곳에서 길어올릴 통찰이 사회학보다 더 많고, 더 깊다.